작성일 : 11-01-18 18:05
'특권'과 '공정한 사회'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83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딸의 특혜 채용 문제가 전 부처와 자치단체로 파문이 확산되어 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고위공직자들의 도덕불감증 수준이 이 정도였을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비례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강조한 ‘공정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싸늘해져 가고 있다. ‘반칙과 특권’으로 자신들만의 질서를 구축한 저들이 ‘공정한 사회’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야 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은 형국이기 때문이다.


불법과 탈법에 무감각한 이들이 총리와 장관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 알아 봤어야 했다. 이 나라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더 이상 언급할 의미가 없는 말이었음을. 대통령까지 나서서 단호한 문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자 몇 명을 처벌한다고 세상이 그리 쉽게 변하겠는가? ‘부패’와 ‘특권’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 없이는 아주 미미한 결과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정한 사회’는 일하는 사람들의 삶과 노동의 가치가 보장되는 사회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기관과 공권력으로 개인과 집단의 기득권이 보장되고 확대되어 왔음을 익히 경험해 왔다.

특정지역 편중인사와 편중개발로 지역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가 우리나라이다. 핵심권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환호성과 좌절감이 동시에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멀리 갈 일도 아니다. 당장 이명박 정부만 보더라도 고소영, 강부자, 영포회 등 지연, 학연, 인연이 고위공직자 발탁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능력과 도덕성보다는 전 근대적인 관계가 더 중요시되어서는 결코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없다. 한번 진입하면 영원히 보장되는 특권인 만큼 이를 쥐기 위한 온갖 반칙이 성행할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반칙’과 ‘특권’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다. 한 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와 사회적 신분이 동시에 세습되는 사회가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공정한 사회’를 국정운영의 중심기조로 꺼내든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쉽게 접근해선 아무것도 이뤄낼 수가 없다.

일각에서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의 닻에 갇혔다고 지적받고 있는 것도 그 진정성을 확인하지 못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반칙’과 ‘특권’을 바라보는 인식을 혁신하고 공평한 잣대를 제시하여 국민들의 동의는 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지금은 공정성을 확보하는 특별한 조치가 요구될 때다. 부패와 비리가 없는 공정한 시장경제와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곧,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켜 가는 핵심적 가치로 공정성을 삼아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대표되는 사적관계가 등용과 출세의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들 특권의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법과 제도로만 해결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습과 관행이 돼 버린 반칙과 특권은 부패에 다름 아님을 깨닫고 근절해 갈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특혜 채용을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범국가적인 반부패 추방운동이 승화시켜야 한다.

또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과 삶의 가치가 존중되는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범국민적인 의식개혁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2010. 9. 14 / 전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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