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4-20 21:58
부자감세 끄덕없다더니 이제와 빚내자고?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708  
[국회에서]부자감세 끄덕없다더니 이제와 빚내자고?
2009년 04월 05일 (일) 19:39:35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적어도 4월 국회만큼은 그러할 것이 틀림없다. 이번 국회에서는 이른바 ‘수퍼 추경’을 놓고 여야가 또 다시 대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라고 반문하실 독자를 위해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느 날 가장(家長)이 큰 방을 여러 개 쓰고 있는 부자 아들에게서 받던 생활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부자 아들에게도 고민은 있다”고, “부족한 생활비는 다른 곳에서 충당하면 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돈을 안 받으면 가정 경제가 더 잘 돌아간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도 되풀이됐다.

그 후 생활이 빠듯한데도 집 평수 늘리는 데(SOC)만 몰두했던 아버지가 새삼스럽게 “힘들지? 생활비 좀 줄까?”하면서 계획서를 내밀었다. 그것이 이번 추경예산이다. 일자리 없는 장성한 자녀들을 위해 ‘직장’ 대신 ‘알바’를 주선하고 생활비 보태는 데 드는 돈은 빚을 내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아버지는 “그럼 돈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이게 다 자식들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안방에 큰 대자로 누웠다. 무능하고 이상한 아버지 때문에 가정 경제가 파탄을 맞게 될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권을 쥐고 있었지만 얼마 전 이를 넘겼다는 이유로 엄마는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부부싸움을 해서라도 이를 막아야 할까? 이것이 바로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4월 여야 국회의 모습이다.



지난 3월 24일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추경 28조9천억원 중 무려 22조에 달하는 돈이 국채로 채워질 전망이다. 법인세, 종부세, 양도세 등 20조원에 이르는 부자감세를 단행하더니 이제 와서 국채로 이를 대신하겠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한 본예산 국채 19조7천억원과 합하면 전체 국채 발행은 40조원을 넘게 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렇게 빚을 내면 서민들이 잘 살 수는 있는 것일까? 정부가 ‘일자리 만들기’와 ‘서민경제 살리기’ 추경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자.

전체규모는 28조9천억원이지만 세수 결손 보전에 쓰이는 11조2천억원을 제외하면 17조7천억원만이 일자리 창출, 생계지원 등에 쓰인다. 그러나 그나마 실업급여를 제외하면 일자리 창출예산은 전체 추경 중 10%, 2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55만개 일자리 중 40만개가 6개월짜리 공공근로 단기 ‘알바’이며 나머지 15만개도 단기 인턴자리다.

서민생계지원도 홍보를 위해 한껏 부풀렸다. 저소득층과 빈곤층을 위한 생계지원 대상은 120만 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사각지대 빈곤층 200만가구의 절반 정도로 예산규모도 전체 추경의 14.5%에 그치고 있다. 임시변통 처방마저도 지나치게 미흡하고 졸속적이다.

나머지 예산은 ▲중소수출기업과 자영업자 지원(4조5천억원) ▲지역경제활성화(3조) ▲미래대비투자(2조5천억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30년 이상 된 노후 국립대학 리모델링 사업, 소규모 건축투자를 통한 지역 경기 살리기 대책, 4대강 살리기 등이 포함돼 있어 민생을 살리기 위한 추경의 목적에 부합되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추경에 내놓은 민주당 대안의 핵심은 부자감세의 시행을 연기해 국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또 ▲대학생 160만명 등록금 무이자 지원 ▲비정규직 20만명 정규직 전환 ▲지속가능한 양질의 괜찮은 일자리 24만개 창출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지원 ▲어르신 틀니 등 지원 대폭 확대 ▲빈곤층 결식아동급식비 등 추가지원 ▲GM대우 등 자동차산업에 자금을 지원하자는 등의 안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해도 예산규모는 13조8천억원으로, 정부 추경의 절반으로 충당된다.

위기의 순간에도 길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제대로 된 길을 찾아내는 방법일 것이다. 이번 추경이 국회에서 쟁점이 되는 이유는 민생이 그만큼 절박하기도 하지만 경제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더 이상 국민들에게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때 누구에게는 손해이겠지만 누구가에는 생존의 기로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일자리 만들기’와 ‘서민경제 살리기’ 추경인지, 4월 국회는 국민에게 분명히 답해야 한다.

/이춘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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