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5-04 13:52
직권상정 통과, 그 뒷얘기와 통합본사 향방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22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의장이 다시 직권상정 카드를 뽑아든 결과다.
사실 의장의 직권상정은 국토해양위 날치기 통과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다 야당 의원이 수적으로 밀리는
국토위에서 법안 통과를 막기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민주당이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법사위에서 시간을 끌면서 통합본사의 전주 유치를 위해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만이 유일했다.

법사위에서 유일한 전북도 출신인 내가 그 막중한 소임을 주도해야 했다.
국토해양위 의원들에게는 법사위에서 통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은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문을 누차 해왔던 터였다.
법사위원장과는 회기 중 최대한 법안 상정을 늦추자는 내부적 방침도 세웠다.

첫 번째 관문은 17일 본회의 통과를 막는 것이었다.
16일 법사위 회의가 열리자 나는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국회법상 상임위를 열 수 없는 본회의 중에
이 법이 국토해양위를 통과했다는 논란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에 “홍준표 의원 안만 발의돼 통과된 것은 원천 무효인 만큼
최소한 국토해양위에서 논의된 수정안이 반영돼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책 판단은 법사위 권한 밖”이라며
“법리적으로만 심사해 오늘 회의에서 가결하자”고 주장했고,
나는 “경상남도는 본사+50% 인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전라북도는 본사+20% 인원을 주장하고 있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을 만큼 물러선 전북의 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토해양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법사위원장은 저녁 8시경, “타협점을 찾아보자”며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를 속개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회의는 자동 산회돼, 결국 17일 본회의에서 주공토공통합법을 처리하겠다던
한나라당의 계획은 1차 무산됐다.

역공은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보수언론들은 “법사위가 정책심사까지 하나”
“법사위 늪에 빠진 경제법안” 등으로 제목을 뽑아가며 날을 세웠고,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통합본사를 전주로 이전시켜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있다”며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마침내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30일,
당대표와 전북도 의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당론을 재확인했다.
점심을 거르고 12시에 법사위 회의를 열었다.
주공토공통합법안은 심사안건에 상정하지 않은 채였다.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국회의장을 움직여 주공토공통합법 등의 법안에 대해 6시로 심사시한을 지정했다.

민주당이 즉각 반발했지만 결국 이날 밤 9시경 본회의를 열어
표결 처리를 강행해 결국 통과시키고 말았다.
그나마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구명의 동아줄을 확보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직권상정을 예상하고 통합본사 배치 문제를 쟁점화한 결과
‘정부가 국회와 충분히 협의해 결정한다’는 단서를 다는 데는 성공한 것이었다.

통합법안이 공포되면 국토해양부는
통합법인설립위원회와 사무국을 설치해 통합작업에 속도를 붙이게 된다.
이 기구가 통합법인의 본사 소재지와 인적 구조조정계획 등을 결정할 것이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통합 본사 유치는 전북과 경남 모두
서로에게 밀릴 수 없는 과제인 만큼 사활을 걸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다.

물론, 주공의 몸집이 토공보다 크기 때문인지 ‘본사+최소50%’라는
경남도의 안은 느긋하다 못해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전주·완주는 준 광역시로서 배후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두고 있는 반면,
진주는 전국 6대 낙후지역이기 때문에 진주에 본사를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가
일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사 유치 문제는 결국 여야간 ‘기 싸움’으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기댈 것은 치밀한 전략과 전북의 설득 논리뿐이다.
우리가 벼리어야 할 칼이 무엇인지가 너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 이 불리한 싸움을 돌파할 수 있는 힘,
즉 국민적 공감은 결국 전북도민의 하나 된 의지 속에서만 나온다는 점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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